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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예물 예단, 정말 꼭 해야 할까요? 저희는 과감히 '생략'했습니다! (ft. 1,000만원 아낀 현실 조율 팁)

by 결준 2025. 11. 3.

결혼반지(웨딩밴드)를 맞추고 나면, 양가 어른들 사이에서 슬슬 '예물'과 '예단'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아마 많은 예비부부들이 결혼 준비 과정에서 이 두 단어만큼 머리 아픈 것을 V본 적이 없을 겁니다.
"예물은 신랑이, 예단은 신부가 하는 거라던데?", "현금 예단은 얼마를 보내야 하고, 봉채비는 또 뭐지?", "다이아 세트에 명품 시계, 한실 이불... 이걸 지금 다 해야 해?"
생소한 용어와 복잡한 절차, 그리고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엄청난 비용까지. 자칫 잘못하면 양가 감정싸움으로 번질 수 있는 가장 민감한 주제이기도 하죠.
저희 부부 역시 이 문제로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오랜 고민 끝에, '형식적인 예물 예단은 과감히 생략하자!' 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 결과, 최소 1,000만원 이상의 비용을 아꼈을 뿐만 아니라, 양가 부모님 모두의 동의와 축복 속에서 이 과정을 현명하게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저희가 어떻게 이 복잡한 관문을 '생략'할 수 있었는지, 그 현실적인 조율 과정과 꿀팁을 모두 공유해 드립니다.


1. 예물 vs 예단, 개념부터 명확히!

먼저, 두 가지가 어떻게 다른지부터 정확히 알아야 부모님과 대화할 수 있습니다.

  • 예물 (禮物): 신랑과 신부가 '서로' 주고받는 사랑의 증표.
    • 전통: 신랑 측이 신부에게 다이아 세트, 보석 등을 선물하고, 신부 측이 신랑에게 명품 시계, 순금 등을 선물하는 것.
    • 현실: 요즘은 '결혼반지(웨딩밴드)' 하나로 간소화하는 추세.
  • 예단 (禮緞): 신부가 시댁에 드리는 '비단'이라는 뜻으로, 시부모님과 집안 어른들께 드리는 감사의 선물.
    • 전통: 한실 이불 세트, 은수저 세트, 반상기 세트 등 현물 + 현금.
    • 현실: 현물은 대부분 생략하고 '현금 예단'만 보내는 경우가 많음. (이후 시댁에서는 받은 돈의 일부를 '봉채비'라는 이름으로 신부 측에 돌려주는 복잡한 과정이 있음)

2. 저희가 '생략'을 결심한 3가지 현실적인 이유

  1. "그 돈이면 차라리..." (비용의 문제): 제대로 격식을 차리려면 예물 예단에만 최소 1,000만원 이상이 필요했습니다. 저희는 그 돈을 형식적인 절차에 쓰기보다, 두 사람의 보금자리인 '신혼집'에 보태거나 '신혼여행'의 퀄리티를 높이는 데 쓰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2. "정말 쓸모가 있을까?" (실용성의 문제): 솔직히 다이아 세트는 장롱 안에만 있을 것 같았고, 한실 이불은 신혼집 인테리어와도 맞지 않았습니다. 당장 사용하지도 않을 물건을 위해 큰돈을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3. "양가에 차등을 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형평성의 문제): 예단은 '신부가 시댁에' 드리는 일방적인 성격이 강합니다. 저희는 새로운 가족이 되는 시작점부터 한쪽에만 치우치기보다, 양가 부모님 모두에게 동등하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3. 성공적인 '생략'을 위한 양가 조율 꿀팁 (가장 중요!)

무작정 "저희 안 할래요!"라고 통보하면 100% 갈등이 생깁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의 방식'입니다.

  • 1단계: 두 사람의 의견 통일이 최우선 부모님께 말씀드리기 전, 신랑과 신부가 먼저 확고하게 의견을 통일해야 합니다. "우리는 형식적인 예물/예단은 생략하고, 그 비용으로 OOO을 하자."
  • 2단계: '각자'의 부모님을 '먼저' 설득하기 신랑은 신랑 측 부모님을, 신부는 신부 측 부모님을 먼저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상대방이 안 한다고 해서..."라는 뉘앙스가 아니라, "저희 두 사람이 이렇게 합의했습니다" 라고 주체적으로 말씀드리는 것이 핵심입니다.
  • 3단계: '대안'을 함께 제시하기 (핵심!) 그냥 '생략'만 말하면 부모님 입장에서는 서운하실 수 있습니다. 저희가 사용했던 방법은 바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었습니다.
  • "부모님, 저희가 형식적인 예단비 대신, 그 마음을 모아서 양가 부모님께 똑같이 OOO을 선물해 드리고 싶어요. (예: 최신형 안마의자, 냉장고, 여행 경비 등)" "예물에 들어갈 비용은 아껴서, 저희 전세 대출금 갚는 데 소중히 쓰겠습니다. 대신 서로 평생 낄 결혼반지에만 조금 더 집중할게요."
  • 4단계: '편지'로 진심 전하기 저희는 혹시나 말로 다 전하지 못할까 봐, 양가 부모님께 두 사람이 함께 쓴 손편지를 따로 드렸습니다. "아껴주신 비용으로 더 행복하게 잘 살겠습니다. 형식보다 마음에 집중하는 부부가 되겠습니다"라는 진심을 담았습니다.

4. 저희의 '현실적인 대안'은 이랬습니다 (내돈내산)

  • 예물: 결혼반지(웨딩밴드) 외 모든 것을 생략했습니다. 대신 두 사람이 매일 낄 반지에 조금 더 예산을 투자하여 만족도를 높였습니다.
  • 예단: 현금 예단, 이불 등을 모두 생략했습니다. 대신, 양가 부모님께 똑같이 200만원씩 '감사 용돈'을 드렸고(신혼여행 선물과 별개), 신혼가전을 알아보면서 양가 부모님 댁의 10년 넘은 '김치냉장고'를 신형으로 바꿔 드렸습니다.

결과적으로, 부모님들은 불필요한 현물이 오가지 않고, 실용적인 가전과 용돈을 받으시니 훨씬 더 좋아하셨습니다.
 
예물과 예단은 '결혼의 필수 코스'가 아니라 '감사를 전하는 하나의 방식'일 뿐입니다. 전통을 따르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두 사람의 가치관과 상황에 맞게 현명하게 조율하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가족이 되는 첫걸음일 것입니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형식이 아닌, 두 사람의 행복과 양가의 화목에 집중하세요. 아낀 비용으로 더 행복한 신혼 생활을 꾸려나가는 것이야말로 부모님께 드리는 최고의 '예단'이 아닐까요?